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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잊어버린다. --W.리빙스턴 라니즈

裸談 2016. 5. 10. 14:24



아버지는 잊어버린다. --W.리빙스턴 라니즈

 

아들아, 내말을 듣거라.

나는 네가 잠들어 누워 있는 동안에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네 조그만 손은 뺨 밑에 끼어 있고 금발의 곱슬머리는 축축한 이마에 붙어 젖어 있구나.

나는 네 방에 몰래 혼자서 들어왔단다.

몇 분 전에 서재에서 서류를 읽고 있을 때,

후회의 거센 물결이 나를 덮쳐 왔다.

나는 죄책감을 느끼며 네 잠자리를 찾아왔단다.

내가 생각해 오던 몇 가지 일이 있다.


아들아, 나는 너한테 너무 까다롭게 대해 왔다.

네가 아침에 일어나 얼굴에 물만 찍어 바른다고 하며 학교에 가기위해 옷을 입고 있는 너를 꾸짖곤 했지.

네가 신발을 깨끗이 닦지 않는다고 너를 비난했고, 네가 물건들을 함부로 마룻바닥에 던져 놓는다고 너한테 화를 내기도 했었지.

아침식사 때도 나는 역시 네 결점을 들춰냈다.

너는 음식을 흘리고, 잘 씹지도 않고 그냥 삼켜버린다거나 식탁에 팔꿈치를 올려놓기도 하였고,

빵에 너무 두텁게 버터를 발라 먹기도 했지.

그리고 너는 학교에 가고, 나는 출근을 할 때 너는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며 말했지.


"잘 다녀오세요, 아빠!"


그 때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지,


"어깨를 피고 걸어라!"


얘야, 너는 기억하고 있니?

언젠가 내가 서재에서 서류를 읽고 있을 때 너는 눈에 일종의 경계 의 빛을 띠고 겁먹은 얼굴로 들어왔었잖니?

일을 방해당한 것에 짜증을 내면서 서류에서 눈을 뗀 나는 문 옆에서 망설이고 있는 너를 바라보며


"무슨 일이냐?"


하고 퉁명스럽게 말했지.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갑작스레 나에게로 달려와서 팔로 내 목을 안고 키스를 했다.

너의 조그만 팔은 하나님이 네 마음속에 꽃 피운 애정을 담고 나를 꼭 껴안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냉담함에도 시들 수 없는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서 너는 문 밖으로 나가 계단을 쿵쾅거리며 네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내 손에서 서류가 마룻바닥에 떨어지고 말할 수 없는 공포가 나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그 직후의 일이었단다.

내가 왜 이런 나쁜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잘못만을 찾아내서 꾸짖는 버릇을, 그것은 너를 착한 아이로 만들려다가 생긴 버릇이란다.

그것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고, 어린 너한테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한 데서 생긴 잘못이란다.

나는 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너를 재고 있었던 거란다.


그러나 너는 너무나 좋고, 우수하고, 진솔한 성격을 갖고 있다.

너의 조그만 마음은 넓은 언덕 위를 비추는 새벽빛처럼 한없이 넓단다.

그것은 순간적인 생각으로 내게 달려와 저녁 키스를 하던 네 행동에 잘 나타나 있다.

오늘밤엔 다른 것이 필요 없다.


얘야, 나는 어두운 네 침실에 들어와 무릎을 꿇고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단다.

이것은 작은 속죄에 불과하다.

네가 깨어 있을 때 이야기를 해도 너는 이런 일을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일 나는 참다운 아버지가 되겠다.

는 너와 사이좋게 지내고 네가 고통을 당할 때 같이 괴로워하고, 네가 웃을 때 나도 웃겠다.

‘너를 꾸짖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하면 혀를 깨물겠다’고 나는 의식적으로 계속해서 말하겠다.

‘우리 애는 작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너를 어른처럼 대해 온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지금 네가 침대에 쭈그리고 누워 자는 것을 보니 아직 너는 갓난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겠구나.

어제까지 너는 머리를 어머니의 어깨에 기대고 어머니 품에 안겨 있었지.

내가 너무나 많은 것을 너한테 요구해 왔구나. 너무나도 많은 것을....


데일 카네기 <인간 관계론>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