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37

술보다 독한 눈물 Stronger tears than alcohol .박인환 [recitation .nadam]

눈물처럼 뚝뚝 낙엽지는 밤이면 When the night when the fallen leaves fall like tears 당신의 그림자를 밟고 넘어진 외로운 내 마음을 잡아 보려고 My lonely heart steps on your shadow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렇게 이별을 견뎠습니다 Staggering like that, I'm enduring the breakup 맺지 못할 이 이별 또한 운명이라며 Because this farewell with you is my destiny 다시는 울지 말자 다짐 했지만 I promised not to cry again, but 맨 정신으론 잊지 못해 술을 배웠습니다 I learned to drink because I can't forget you ...

nadamTV 2020.06.12

찔레꽃 당신 .나담 [recitation .nadam]

사붓사붓 하이얀 저고리 The white jeogori comes quietly 시린 달빛 타고 점점이 명멸하듯 Flickering like the moonlight 한 무더기 하얀 꽃바람 분다 White flowers come like the wind 찔레꽃 향기가 너무 슬퍼서 The scent of brier flowers is so sad 목 놓아 울던 그가 온다 He who wept sadly comes 뭉텅 잘려나간 기억의 실타래가 풀리듯 As if the forgotten memories come to life 태평소 피리 해금 모듬북 일시에 자지러진다 Taepyeongso, Flute, Haegeum, Drum It resonates all at once 오월의 어느 하늘을 맴돌다 길 찾아 ..

nadamTV 2020.05.28

홀로 가는 길 .유자효 [recitation .nadam]

빈 들판에 홀로 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There was a man going alone in the empty field 때로는 동행도 친구도 있었지만 Sometimes there were friends and companions, but 끝내는 홀로가 되어 먼 길을 갔습니다 Eventually he went alone and went a long way 어디로 그가 가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Nobody knew where he was going 이따금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아도 Even if he occasionally stops and looks back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No one has spoken 그는 늘 홀로였기에 He was always alone 어느 날 들판에 그가 보이지 ..

nadamTV 2020.05.21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recitation .nadam]

버스정류장에 서있으마 I'll be standing at the bus stop 막차는 생각보다 일찍 오니 The last bus comes earlier than I thought 눈물 같은 빗줄기가 어깨 위에 Raindrops like tears on my shoulder, 모든 걸 잃은 나의 발길 위에 On my feet, where I lost everything, 사이렌 소리로 구급차 달려가고 The ambulance was running at the siren, 비에 젖은 전단들이 차도에 한 번 더 나부낀다 Rain-soaked flyers rolled around the driveway one more time 막차는 질주하듯 멀리서 달려오고 The last bus comes running ..

nadamTV 2020.05.04

꽃 .김춘수 [recitation .nadam]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Before I called his name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He just, It was only one gesture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When I called his name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He came to me and became a flower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Like I called his name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Suitable for my color and scent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Someone please call my name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Go to him and I want to be his flower too 우리들은 ..

nadamTV 2020.04.27

수선화에게 .정호승 [recitation.nadam]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Don't cry Because you're lonely, you're a person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To live is to endure loneliness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To no purpose, don't wait for a call that doesn't come ​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When it snows, you walk down the snowy road, ​If it rains, you should walk down the wet road ​ 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In the reeds, A black-breasted bird is looking ..

nadamTV 2019.10.07

아버지의 나이 .정호승 [낭송.헤이데이]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서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서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서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에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두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서 내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았는지 알게 되었다

nadamTV 2019.09.02

사랑해서 미안합니다 .심성보 [낭송.헤이데이]

오늘 하루는 어떻게 살았는지요. 나는 오늘도 당신의 길가에 서성이는 바람이 되어 가슴속에 이슬의 꽃만 피웠습니다. 늘 바다처럼 당신을 포근히 안고 싶었지만 늘 하늘처럼 맑게 당신 앞에 서고 싶었지만 바다엔 폭풍이 일고 하늘은 회색빛 어둠만 가득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걷고 싶은 길가에서 사랑한다는 말 한 번 못하고 시들어버린 삶 그리운 사람을 가슴에 품었지만 포근히 한 번 안아주지도 못했던 시간 오늘 하루 당신은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혹 찬바람에 떨어진 낙엽처럼 아프지는 않았는지 당신을 사랑하는 나는 오늘도 당신을 생각하는 나는 바보처럼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합니다.

nadamTV 2019.08.19

그리운 바다 성산포4 .이생진 [낭송.헤이데이]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기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

nadamTV 2019.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