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전을 먹다가 -나담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실비집 아주머닌 오늘도 靑孀의 지는 해를 잡아 걸어놓고 지짐지짐 피다 만 사랑을 마저 지지고 있다 유독 실비집 파전이 맛난 이유는 아주먼네의 손맛도 손맛이지만 서걱서걱 씹히는 구멍 숭숭한 왕파, 소리까지 씹다보면 어디 씹히는 게 파뿐이랴 눈알 데굴데굴 굴리며 쏘아보던, 험한 꼴 다 보이면서도 꾹꾹 눌러온, 지금껏 질기게 달라붙은 차마 말 못한 그 무엇, 까지 은밀하게 모반을 꿈꾸듯 씹으며 히죽, 반편이 웃음 짓거나 배꼽 빠지게 눈물웃음 웃다보면 빈속에 한 순배 먼저 돌린 술 탓인가 찌르르 하루가 돈다 오늘따라 유난히 술고프게 하는 건 아직도 씹어야 할 게 많은 왕성한 턱을 지닌 청춘, 나는 본다 시장통 허름한 골목 하루를 덧대인 실비집에 모여 사랑을 핑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