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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나담] 홀로 서기 .서정윤

裸談 2019. 4. 17. 17:00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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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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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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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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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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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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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 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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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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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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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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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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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하며 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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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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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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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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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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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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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