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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나담] 즐거운 편지 .황동규

裸談 2019. 5. 1. 15:38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