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3

[낭송 / 나담] 얼굴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꽃을 꽂고 산들 무엇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엇 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 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 언뜻 만나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nadamTV 2019.03.07

[낭송 / 나담] 여승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느 산(山)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 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 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nadamTV 2019.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