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진 2

그리운 바다 성산포4 .이생진 [낭송.헤이데이]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기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

nadamTV 2019.07.29

그리운 바다 성산포1 .이생진 [낭송.헤이데이]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에서나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피운다. 태양은 수 만 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한다. 그러다가도 해가 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 때에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맨..

nadamTV 2019.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