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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 nadam]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裸談 2019. 2. 19. 16:52


쉽게 씌여진 시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럽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https://youtu.be/_ioIiZy9NN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