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댕검댕 짓물러진 바나나껍질의 검은 테를 본다. 수원역 근처 6-1번 마을버스 정류장 과일 파는 트럭에는 초승달들 참 많이 떴다. 온 밤이 화안하다. 줄서서 한참을 기다리는데 잘나고 이쁜 것들 눈길 한 번 줄 틈 없이 서둘러 자릴 뜨고 무지렁한 것들만 저희끼리 등 비비며 고만고만한 꿈을 꾼다. 처음은 같았어도 햇빛 달빛 다아 내어주고 남은 바람 한 점 할짝이다 여기까지 왔을 그 무던한, 은밀하게 안으로만 살찌우던 시간들을 생각한다.
낮 동안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지상의 검은 숲 어디, 칸칸이 들어박혀 생존의 뽕잎이라도 갉작였거나, 덜커덩 어긋난 시절들을 가로 세로 퍼즐로 꿰맞추다 가끔은 이십 촉 형광등의 침침한 불빛 따라 촉수를 곤두세우던 한 때는 알맹이였으나 지금은 껍데기들, 우르르 밤거리에 쏟아져 나온다. 오늘도 버스는 토막 난 시간을 제때에 이어주지 못하고, 알맹이만 튼실하면 겉이야 무슨 상관이랴 검버섯 핀 얼굴 쏘옥 내민다.
언젠가는 저리 될 모양으로 조심조심 앞일을 가늠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모닥모닥 한 무더기 떨이로 부풀려진다. 부풀려져, 황홀한 꿈 하나씩 속에 감추고 어느 어둔 곳을 밝히려 달빛을 뚝뚝 흘리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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