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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1 .이생진 [낭송.헤이데이]

裸談 2019. 7. 4. 14:55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에서나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피운다.

 

태양은 수 만 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한다.

그러다가도 해가 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 때에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드는 파도소리에

귀를 찢기었다.

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며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긴 적은 없었다.

 

모두 막혀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을 감으면 보일 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 있는 것처럼 보일 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 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