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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이 .정호승 [낭송.헤이데이]

裸談 2019. 9. 2. 15:16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서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서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서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에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두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서
내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았는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