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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 나담] 자전1.강은교

裸談 2019. 3. 11. 14:54

 

날이 저문다

먼 곳에서 빈 뜰이 넘어진다

무한천공 바람 겹겹이

사람은 혼자 펄럭이고

조금씩 파도치는 거리의 집들

끝까지 남아 있는 햇빛 하나가

어딜까 어딜까 도시를 끌고 간다.

 

날이 저문다

날마다 우리 나라에

아름다운 여자들은 떨어져 쌓인다

속에서도 빨리빨리 걸으며

침상 밖으로 흩어지는

모래는 끝없고

한 겹씩 벗겨지는 생사의

저 캄캄한 수세기를 향하여

아무도

자기의 살을 감출 수는 없다.

 

집이 흐느낀다

날이 저문다

바람에 갇혀

일평생이 낙과처럼 흔들린다

높은 지붕마다 남몰래

하늘의 넓은 시계 소리를 걸어 놓으며

평야에 쌓이는

아, 아름다운 모래의 여자들

 

부서지면서 우리는

가장 긴 그림자를 뒤에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