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시작 -나담
누구인가,
未明처럼 부르는 소리 꿈속인 듯 듣는다. 덜 깬 잠 속에 눅눅한 불빛은 밤새 안녕을 뒤로한 채 노동으로 달려드는 피로에 하품을 한다. 아직 세상은 고요하고 어느 먼 바다를 그리는지 속 깊게 흔들리던 점 하나 부풀려져 걸어 나온다. 별빛은 파도 속에 있고 세상 밖으로 던져진 살과 뼈들의 향연을 탐닉하는 저 가슴시린 또 하나의 점, 점들. 내 안에 거기 누구신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너울져 오는 파도를 건너지 못하여 귀퉁이로만 흘러든 삶. 있던 자리 그대로 웅숭깊게 파고 든 사랑의 뿌리는 쉬이 흔들리지 않고 그 테두리 속에서 헤매이고 갈망하던 나의 의미는 먼 미래의 알 수 없는 형상으로 다가와 무심히 스러져간다.
축대를 쌓아라,
춥고 어둡지만 견고한
한 가닥의 불빛마저 거두우고
더 이상은 끝이 없는 끝으로 가서
나보다 더 나를 슬퍼하는
그대를 보라
십이월의 문턱을 넘어 허덕지덕 달려가는 하얀 개떼들. 숨 가쁘게 날마다 옷을 갈아입고 지하 저 밑둥 어디쯤일까 고요히 울리던, 세월동안 뾰조록히 자라온 사념의 눈부신 파편들 서서히 분출할 채비를 한다. 그리하여, 이제는 마지막 젊음을 사리면서 활활 타오를 머지않은 새로운 끝의 시작을 새겨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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