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당신 -나담
-소리꾼 *장사익을 노래함
사붓사붓
하이얀 저고리
시린 달빛 타고
점점이 명멸하듯
한 무더기 하얀 꽃바람 분다
찔레꽃 향기가 너무 슬퍼서
목 놓아 울던 그가 온다
뭉텅 잘려나간 기억의
실타래가 풀리듯
태평소 피리 해금 모듬북
일시에 자지러진다
오월의
어느 하늘을 맴돌다
길 찾아 나선
홀씨도 아닌 것 하나 숨어들어와
욕심껏 빈 방 가득 점령하고서
지휘봉의 너스레에 파도를 타듯
작음 몸짓으로
울컥울컥 토해내는 그것은
그리움이다가
때론 슬픔이다가,
그 해 여름은
소나기로 퍼붓는
찔레꽃 향기 가득하였다
지금은
꽃 피는 오월도 가고
소쩍새 울어쌌던 여름도 다 갔지만
헛헛하게 나앉는
내 영혼의 빈 틈
오월이거나 시월이거나 가리지 않고
남몰래 쑥쑥 커가는
그
리
움
하나
심어 놓았다
*장사익-‘찔레꽃’ ‘희망한단’ ‘아리랑’ ‘섬’ 등을 부른 소리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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