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먹은 콩을 위하여 -나담
어쩌자고 저렇게 노상 엎드려만 있는가
그 짧은, 비릿한 목숨도 짐짝처럼 무거운지
생의 한가운데 납작 웅크려 일어설 줄 모른다
눈 맑은 날 점을 치듯 소반 위에 차르륵 펼쳐놓고 한 알 한 알 벌레 먹은 콩을 고르 다가 가슴 한구석 휑한 가생이 삶의 아픔도 함께 도려내다가 아직 남아있는 실낱같은 한 숨결 발견한 날 한 번도 그 흔한 것 속에 마음 편히 섞여보지 못한 생살과 흰 뼈들 의 몸부림, 순간 아주 짧게 스쳐가는 내 가녀란 꿈 가난한 사랑 노래를 생각했다 땀방 울 송골송골 뜨겁던 때를 지금까지 나는 또 얼마나 많이 골라내며 골라내지며 살아왔 던가
소쿠리 하나 달랑, 배고픈 동전 몇 개
손바닥만 넓죽 벌린 채
어쩌다 너는 쭈삣쭈삣 끌며 끌리며
여기까지, 이 낯선 곳까지
콩알처럼 굴러왔는가
한 숨으로 얼룩진 하늘이 자꾸만 내려 앉아
걱정 많은 세상에서
더러는 골라내어진 것들이 싹을 틔우는 시절도 있으리라만
어쩌자고 저렇게 노상 엎드려만 있느냐
고개 한 번 들지 않느냐
갈 길이 먼 오늘도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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