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데이 7

아버지의 나이 .정호승 [낭송.헤이데이]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서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서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서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에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두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서 내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았는지 알게 되었다

nadamTV 2019.09.02

사랑해서 미안합니다 .심성보 [낭송.헤이데이]

오늘 하루는 어떻게 살았는지요. 나는 오늘도 당신의 길가에 서성이는 바람이 되어 가슴속에 이슬의 꽃만 피웠습니다. 늘 바다처럼 당신을 포근히 안고 싶었지만 늘 하늘처럼 맑게 당신 앞에 서고 싶었지만 바다엔 폭풍이 일고 하늘은 회색빛 어둠만 가득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걷고 싶은 길가에서 사랑한다는 말 한 번 못하고 시들어버린 삶 그리운 사람을 가슴에 품었지만 포근히 한 번 안아주지도 못했던 시간 오늘 하루 당신은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혹 찬바람에 떨어진 낙엽처럼 아프지는 않았는지 당신을 사랑하는 나는 오늘도 당신을 생각하는 나는 바보처럼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합니다.

nadamTV 2019.08.19

그리운 바다 성산포4 .이생진 [낭송.헤이데이]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기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

nadamTV 2019.07.29

나이가 들면 .최정재 [낭송.헤이데이]

나이가 들면 아는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알고 싶은 게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게 이해될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해하려 애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무조건 어른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어른으로 보이기 위해 항상 긴장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게 편해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많이 공부해야 하고 더 많이 이해해야 하고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끝없이 끝없이… 나이가 들면서 짙은 향기보다는 은은한 향기가 폭포수보다는 잔잔한 호수가 화통함보다는 그윽함이 또렷함보다는 아련함이 살가움보다는 무던함이 질러가는 것보다 때로는 돌아가는 게 좋아진다. 천천히 눈을 감고 천천히 세월이 이렇게 소리 없이 나를 휘감아 가며 끊임없이 나를 변화시..

nadamTV 2019.07.25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낭송.헤이데이]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nadamTV 2019.07.15

너를 위하여 .김남조 [낭송.헤이데이]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 한다. 가만히 눈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nadamTV 2019.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