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쓴詩

[자작시] 벚나무

裸談 2012. 2. 29. 22:28

 

벚나무             -나담

 

간지러움 못 참고 팡 팡

터지는 웃음 속에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든 얼굴

범벅으로 뒤섞인 시간이 얼마인데

헐렁해진 겨울만 훌훌 벗고

저 혼자 발갛게 꽃 되어 가네


떠난 자리

우두커니 깃발처럼 서서

그의 젖은 겨울을

정갈하게 펼쳐 말리다 보면 어느새,

눈송이처럼 날리는 내 눈부신 비늘들

한 번 지난 바람은 다시 오지 않고

나는 늘 그의 겨울과 여름 사이에

오래오래 꽃처럼만 서있을 뿐


그래,

나도 잠깐 꽃이던 때가 있었지

월장을 꿈꾸듯

훤칠하게 커져버린 벚나무 하나

아우성찬 봄날

실은, 내 삶의 꽃은 그때가 아니다

다달다달 키워 올린 生의 푸른 신호

하늘이 높을수록 햇살처럼 여무는 걸


마음만 흔들어 놓고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그대여

잠깐 꽃이던 시절을 그리워한 걸까

지난밤 살랑이던 바람에 겨워

우박처럼 후드득

새까만 오열로 퍼질러 놓은 흔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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