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나담
간지러움 못 참고 팡 팡
터지는 웃음 속에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든 얼굴
범벅으로 뒤섞인 시간이 얼마인데
헐렁해진 겨울만 훌훌 벗고
저 혼자 발갛게 꽃 되어 가네
떠난 자리
우두커니 깃발처럼 서서
그의 젖은 겨울을
정갈하게 펼쳐 말리다 보면 어느새,
눈송이처럼 날리는 내 눈부신 비늘들
한 번 지난 바람은 다시 오지 않고
나는 늘 그의 겨울과 여름 사이에
오래오래 꽃처럼만 서있을 뿐
그래,
나도 잠깐 꽃이던 때가 있었지
월장을 꿈꾸듯
훤칠하게 커져버린 벚나무 하나
아우성찬 봄날
실은, 내 삶의 꽃은 그때가 아니다
다달다달 키워 올린 生의 푸른 신호
하늘이 높을수록 햇살처럼 여무는 걸
마음만 흔들어 놓고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그대여
잠깐 꽃이던 시절을 그리워한 걸까
지난밤 살랑이던 바람에 겨워
우박처럼 후드득
새까만 오열로 퍼질러 놓은 흔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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