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쓴詩

[자작시] 저무는 강가에서

裸談 2012. 2. 27. 23:27

 

 

저무는 강가에서               -나담


1

시퍼렇게 날 서린 겨울 언저리

바람은 제풀에 꺾이어 갈대 속에서 울고

달도 없는 밤을 해가 저문다

검게 멍들도록 얼싸안고 눈시울 뜨겁게

울음 우는 강물에 시린 발을 담그면

아침별 사라지듯 눈은 멀어 그래도,

가야할 목숨이면서 나는 정녕 갈 곳 몰라라


언제나 제 몸보다 큰

하늘을 담고 햇살을 담고 바람을 담고

천리 밖 어지러운 이야기 들릴 때마다

물밑 가리워진 수초들 사이로 몸을 낮추어

더듬더듬 하루를 풀어 놓는다

깊은 속 다 들추지 않아도

제 스스로 낮아지고

들를 곳 다 들러 느림의 세월을

천년으로 흐르는 저 강물에

허둥허둥 달려온 내 가난을 씻는다

2

지난 한 때

불처럼 뜨거웠을 풀잎들

삶의 한 자락을 접고는 슬며시 몸을 누인다

생의 후미진 골목 하나 밝히지 못한

헐거운 짐을 벗고

잠시 나도 따라 눕는다

등으로 버티던 겨울 가뭄 속으로

한 떼거리의 새들 후드득 날아오르고

푸른 새순 까치발로 돋는 날

저 강물 다시 한껏 푸르를 텐데


아직은 여기,

차운 강물소리 흐르고

어둠을 밟으며 자꾸만 일어서는

열꽃 같은 욕망들

그리하여, 굽이굽이 가야만 하는

나도 따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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