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대한 기억 -나담
피다만 사랑 하나
가네요
한 떨기
아니 한 잎
저렇게 혼자
서둘러 자릴 뜨네요
통통히 여물 새도 없이
채 한 시절도 못 다 보낸 피울음을
뚝! 뚝! 흘리며 가네요
야트막한 산기슭 모닥모닥 모여 앉은 작은 돌무더기 애장 터, 아비는 거적대기 등지게 에 가볍기만한 生을 지고도 천년을 에돌고, 그저 우두커니 돌부처 된 어미는 눈 발치로 만 따라갈 뿐 더는 못 가고, 어린 옷가지 돌돌 말아 꽃 한 줌 얹어 뿌려주던 곳, 그날 부터 어미의 가슴께는 늘 먼지만 풀썩이고 애간장 다 녹이던 비의 울음은 두고두고 아픈 못 다 준 사랑까지 내리꽂았다 하기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높은 날이나 등가죽 쩍쩍 갈라터지던 오뉴월 땡볕에도, 겨울아궁이 따스한 불티 속에서도 어미의 가슴에는 늘 썰썰한 강물 하나 흐르고 비라도 팍팍 내리치는 날엔 목이 쉬도록 어린 것은 어김없이 요령소리 쩔렁거리며 그 강을 건너고 있었다
오늘도 비는 내려
큰 강물 이루고
모퉁이 저쪽 키 작은 꽃나무 하나
우두커니 비에 움찔 젖고 섰는데
빗방울들 골 깊은 곳으로
옹기종기 자꾸만 모여드는데
뒤미처 따라가는 붉은 꽃잎 한 장
꼭,
울음 실은 꽃상여만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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