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쓴詩

[자작시] 파전을 먹다가

裸談 2015. 1. 2. 16:16

 

 

파전을 먹다가           -나담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실비집

아주머닌 오늘도

靑孀의 지는 해를 잡아 걸어놓고

지짐지짐 피다 만 사랑을 마저 지지고 있다

 

유독 실비집 파전이 맛난 이유는

아주먼네의 손맛도 손맛이지만

서걱서걱 씹히는 구멍 숭숭한 왕파,

소리까지 씹다보면 어디 씹히는 게 파뿐이랴

눈알 데굴데굴 굴리며 쏘아보던,

험한 꼴 다 보이면서도 꾹꾹 눌러온,

지금껏

질기게 달라붙은 차마 말 못한 그 무엇,

까지 은밀하게 모반을 꿈꾸듯 씹으며

히죽, 반편이 웃음 짓거나

배꼽 빠지게 눈물웃음 웃다보면

빈속에 한 순배 먼저 돌린 술 탓인가

찌르르 하루가 돈다

 

오늘따라 유난히 술고프게 하는 건

아직도 씹어야 할 게 많은

왕성한 턱을 지닌 청춘,

 

나는 본다

시장통 허름한 골목

하루를 덧대인 실비집에 모여

사랑을 핑계삼아 세상을 질겅질겅 씹어대는

저렇게나 많은 또 다른 나를

마침내, 씹히면서 둥글어지는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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