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전을 먹다가 -나담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실비집
아주머닌 오늘도
靑孀의 지는 해를 잡아 걸어놓고
지짐지짐 피다 만 사랑을 마저 지지고 있다
유독 실비집 파전이 맛난 이유는
아주먼네의 손맛도 손맛이지만
서걱서걱 씹히는 구멍 숭숭한 왕파,
소리까지 씹다보면 어디 씹히는 게 파뿐이랴
눈알 데굴데굴 굴리며 쏘아보던,
험한 꼴 다 보이면서도 꾹꾹 눌러온,
지금껏
질기게 달라붙은 차마 말 못한 그 무엇,
까지 은밀하게 모반을 꿈꾸듯 씹으며
히죽, 반편이 웃음 짓거나
배꼽 빠지게 눈물웃음 웃다보면
빈속에 한 순배 먼저 돌린 술 탓인가
찌르르 하루가 돈다
오늘따라 유난히 술고프게 하는 건
아직도 씹어야 할 게 많은
왕성한 턱을 지닌 청춘,
나는 본다
시장통 허름한 골목
하루를 덧대인 실비집에 모여
사랑을 핑계삼아 세상을 질겅질겅 씹어대는
저렇게나 많은 또 다른 나를
마침내, 씹히면서 둥글어지는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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