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메모

생각7. “넌 참, 그릇이 없구나.”

裸談 2012. 1. 18. 20:47

어느 날 세 살 난 꼬맹이는 차량 이동 중에 재밌으라고 틀어준 흥부놀부 테잎을 따라한다.

하도 많이 듣다보니

놀부가 자꾸만 도와달라 보채는 흥부에게 '넌 참, 버릇이 없구나'라고 하는 대목을 외웠나 보다.

세 살 꼬맹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넌 참, 그릇이 없구나'하고 자랑차게 외쳤고

그때는 그 게 우리부부를 많이도 웃게 했었는데..

 

이 시대는 보통아이로 키우기가 참 힘든 세상이다.

아이를 낳으면 자연히 육아서적에 눈길이 가게 되는데 열심히 읽다보면

'이렇게 저렇게 하면 이런 아이로 키울 수 있다’이다.

거기에서의 이런 아이는 대게는 영재를 말하는데

가끔은 이런 영재가 보통아이로 둔갑이 되어 있다.

이 세상에 있는 아이들이 모두 영재가 될 수도 없으니 그것이 문제다.

도대체 평범하면서도 건강하게 키우는 육아 책은 어디에 있는지.

태어날 때부터 영재도 아니고 특목고가 목적이 아닌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할지.

 

중학교 입학이 초등학교 입학 때만큼이나 걱정도 되고 심란하다.

초등학교 생활을 무난하게 해준 덕에 염려가 대견함으로 바뀌었는데도

중학교 생활을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다.

연일 보도되는 학교 폭력뉴스, 요 몇 달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고생이

계속해서 뉴스에 나오고..

잘해도 걱정 못해도 걱정..

좀금만 튀어도 타겟이 된다 하니

 

어떻게 아이들이 다 똑같을 수 있을까.

똑같기만을 강요하는 구조 속에서 위로든 아래로든 조금만 벗어나면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것.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 구조가 문제일까

잠깐 시대 탓을 해본다.

 

내 아이의 진정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부모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알려줘도 믿으려하지 않거나 바쁜 일상 속에 무심코 흘려지거나.

아니면 모든 관심이 오로지 눈앞의 물리적인 점수에 있거나.

또는 공부뿐만이 아니라 지.덕.체의 모든 뒷바라지를 학원에 맡기면서

학원에만 보내면 모든 게 이루어지리라 착각을 하거나.

돈을 많이 벌어 경제적으로 막힘 없는 보살핌이 전부라고 믿고 있거나.

이런 부모들은 대게 아이를 돈으로만 뒷바라지하려 한다.

 

아이 한 명의 모습은 네 가지라는 말이 있다.

집에서 가족들과 있을 때의 모습 하나.

친구들과 있을 때의 모습 하나.

학교에서의 모습 하나.

학원에서의 모습 하나.

 

맞벌이로 바쁜 나날 속에서 진실로 잠깐의 깊은 대화도 힘든 세상.

‘숙제는 했니? 학원은 빼먹지 않았지?’정도로는 내 아이를 다 알 수는 없는데

 

넌 참 버릇이 없구나를 넌 참 그릇이 없구나로 당당히 외치는

한 없이 평범한 세 살 꼬맹이가 보통아이가 되고 보통사람으로 자라는

지극히 평범한 세상을 꿈꾼다.

아직은 잃지 않은 보통아이의 웃음을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