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디디~
무음의 휴대폰이 진동한다.
‘***의 집’
“네, 안녕하세요.”
“네, 여기 ***의 집입니다.”
“오늘은 확실히 오시는 거 맞죠?”
“네, 서울에서 점심을 드시고 출발하면 오후 4~5시쯤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우리 어머니(장모님)가 경남 양산에 있는***의 집으로
공기 좋고 자연식재료만을 사용한 음식으로 요양차 먼 거리 이동을 하실 계획이다.
사실 어제 가려던 것을 하루 늦춰진 오늘 가시게 된 것이다.
우리가 계산한 30회의 방사선치료가 어제가 끝이 아니고 오늘이었던 것.
“어제까지 80명의 환자분들이 들어오시게 되었는데,
이미 어제 들어오신 분들이 자리배정 후에 자유롭게 이동 선택하시면서
본관에서 4~5분 거리의 숙소만 남았는데 괜찮으실는지..”
잠깐..
석연치 않은 이 기분.
아, 그러면 본관 쪽으로 이미 자리배정을 했었는데 어제 못 갔다고 해서
먼저 들어온 사람에게 억지로 양보하게 된 것?
오늘은 확실히 가실 수 있다고 어제 확인 전화 통화까지 했는데도?
그리고 처음 상담할 때 같은 환자들끼리 연령대별로 구분한다는 얘기는 뭐였지?
“있잖아요? 다들 환자분들이니까 어느 누구라도 돌봄을 받기 위해 가는 것이지만
남녀노소는 구분이 될 것이고 경중을 헤아릴 수도 있겠고..
우리 어머니는 예순넷이라고도 말씀을 드렸었는데..”
“죄송하지만 혹시, 언짢으시면 다음 기회도 있으니까..”
9박10일의 일정, 2012년 3월 13일 231기로 입소하려고 2월16일에 송금하고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그리고 어제 가시게 될 줄 알고 짐까지 차에 다 실어놨지만
병원의 통보에 할 수 없이 오늘 가는 건데.
뭐든 참 맛나게 드시는 우리 어머니, 치료와 더불어 입맛을 잃어 누구보다도 기대가 크신데,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이용하게 해드리려 맘먹고 있는데.
..........
..........
“어머니가 환자 같지 않게 생기도 있으시고 굉장히 긍정적인 분이시지만
그래도 우리 맘속에는 환자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맘이 변할지 몰라 긴장 상태입니다.
그리고 4~5분 거리를 걸어 본관에서 이루어지는 식사나 기타 등등에 대해
멀다하여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거 아닙니다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본관의 여분의 자리 하나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고 했으니
그곳과 좀 떨어진 그곳 중에서어머니께서 직접 고르시게 해달라는 말과
앞으로도 몇 번 더 이용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해달라는 부탁.
그리고 이미 먼저 들어온 사람들 속에 뒤늦게 끼어들어
뭔가 조금 홀대 받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해달라는 부탁.
이미 많은 환자분들을 대하고 있으니 잘 알다시피
다 같은 환자이면서도 또 다른 세세한 부분까지도 잘 살펴달라는 부탁.
오늘 나랑 통화한 내용은 나와 대화한 것으로만 묻어두시라는 부탁을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처음부터 흐릿한 이미지로 시작하시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가기 위해 화성시의 집에서 서울로 향하는 아내에게도,
잠시지만 어머니만 남겨놓고 다시 올라오시게 될 아버지께도 당분간 비밀이다.
그곳에서의 생활자체로 어머니가 흡족해하시길
그래서 몇 번이고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되길
본래의 입맛을 되살려 오시길
방사선, 항암제보다 더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의미가 되길
먼 길을 가야하는 오늘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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