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쓴詩

[자작시] 얼굴 하나

裸談 2012. 2. 27. 23:19

 

얼굴 하나           -나담


사늘히 흑백으로 앉아계신 아버지

여덟 해의, 당신과의 기억으론

꿈을 꾸지 못하고 이제야,

봄 같이 터져

몽글몽글한 아지랑이 속에

마알간 얼굴 하나 아른거립니다


저 어린 것은 어느새

그때의 나를 닮아있고

그리움이 멀리 갔다 오는 날엔

오래 된 사진 속에 눈물로 머물러

햇살 가득한 날에도 비를 맞습니다

그럴 땐 웃음 뒤에서 얼만한 크기로 울었는지요


보고 또 보고

여덟 해의 기억보단 오래 남고 싶어서

새순으로 파아란 얼굴을 찬찬하게 보노라면

마디마디 스쳐가는 지난날의 내가 있고

당신의 흔적들이 가만가만 피어납니다


문을 열면 햇살은

마알간 얼굴처럼 빛나고

웃을 일만 가득-한 날에

당신을 닮아가는 얼굴 하나가

자꾸만 자꾸만 어른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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