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메모

생각12 밥상머리 대화, 베갯머리 대화

裸談 2012. 7. 5. 13:14

 

우리는 아직?도

아들놈과 함께 잠을 잔다.

다 큰? 중1 아들놈.

학원 강사인 아빠.

아이가 어렸을 적부터 항상 잠든 얼굴만 봐야했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아이와 맘껏 놀아줄 시간은 턱없이 적고.

언제나 아쉬워하는 아들놈.

그래서 아침은 무조건 같이 먹는다.

그리고 어린이집 때부터 지금의 등굣길 배웅까지 늘 같이 한다.

나름 그 짧은 대화시간이 재미가 쏠쏠하다.

 

아직도

언제나 아빠의 퇴근이 늦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기대를 하는지

전화통화의 끝에는 늘 아빠 일찍 와~이다.

 

어쩌다 좀 이른 퇴근과 아이가 좀 늦은 잠자리를 할 때

그리고 주말마다 하는 베갯머리 대화도 좋다.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학교생활과 친구들의 관계는 어떤지

아들의 요즘과 아빠의 요즘을 소통하는 재미가 있다.

 

아들이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우리도

아이 방에 침대와 책상을 세팅해주며 독립을 강요했었다.

흔히 들었던 아이의 자립심을 외치며.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면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합방.

아이도 좋아 했고 사실 나도 좋았다.

보송보송한 아들을 끌어안고 잠이 드는 나는

사실 아이보다 더 행복했으니까.

 

나는 어릴 적에 가난했다. 아주 많이.

초등학교 5학년 말에 서울로 상경한 우리 집은

돈이 없어 부엌이 딸린 단칸방에서 옹기종기

칼잠을 자며 등을 부비며 생활했고

대화도 했고 시험공부도 했다.

좁디좁은 그 방은

식당도 되고 거실도 되고 침실도 되고 공부방도 되고

복합문화센터였다.

그래서 내가

의지가 약한가 자립심이 부족한가

아니다.

 

결혼하기 전까지 나는

대학을 마치고 회사 생활을 했던 약 4년 정도만 내 방이 있었다.

항상 누군가와의 합방.

그래서일 것이다.

나는 아직 형제관계가 불편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더 끈끈함을 느낀다.

좁은 공간에서의 부대낌의 산물인 것 같다.

아내도 인정.

 

길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해 아쉬워하는 내게

짧아도 인상 깊게~를 아내는 늘 외워댄다.

현명한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길을 걸으며 아들의 손을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