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쓴詩

[자작시] 고백2

裸談 2015. 3. 5. 13:01

 

 

고백2    -나담

 

고백합니다.

마치 그때에 난 이미 다 알았던 것처럼, 실은 삶의 과정에서 터득한 것이 얼마인데, 지난 시간 미흡한 자식을 탓하기만 한 미련한 아비였음을.

 

시키는 대로 하다가, 시키는 것의 반만 하는 시간을 넘어, 시키는 대로 안 할 가능성이 더 큰 시기를 맞으며 그렇게 자식이 커가는 걸 바라봅니다. 바람직하기를 무엇보다 간절히 소망하지만, 바람직하진 않지만 그래도 큰 문제만 없다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보단 낫다 안도하면서.

 

부모에게서의 배움을 밀쳐내면서, 이제 스스로는 다 컸다고 자만하면서, 밖에서의 배움을 더 중히 여기는 시간을 지나고 있는 자식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자식이란 항상 몸보다도 먼저 마음이 자릴 뜨나봅니다. 하지만 아직도 난 여린 아비이고, 여전히 줄 것이 많이 남았다고 여겼기에 당황스럽고 낯설음에 몸살을 하며 암묵적인 저항을 해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예고 없이 다가든 침공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점령당하고 맙니다, 그저 우두커니.

 

잊은 듯 태연했지만 떠오르지 않는, 나도 모를 기억 속에는 미련했고, 허황됐고, 위험했고, 도저히 지혜롭지 못한 시간을 걸었을, 아마 떠오르지 않는 기억 속에서 나도 그때엔 그랬을 것입니다. 조금은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그때는 도저히 알 수 없었던 나의 불안했던 시간들을 그대로 따라 걸으려한다면 말릴 재간은 없다 싶습니다. 자식 또한 그렇게 적당히 알차고 적당히 후회스런, 가슴 한 켠에는 하나쯤 아린 추억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되겠지요.

 

믿습니다. 믿어야지요.

 

이제는 나도 여린 아비가 아닌 몸보다도 먼저 마음으로 자식을 놓아줄 줄 아는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야겠지요. 늦깎이 철이라도 들어야겠지요. 이제는 진정 홀로서기를 준비할 때인가 봅니다. 자식도, 아비도.

 

그때는 나도 그랬을 것이라며,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을 어렵게 꺼내보면서 조금은 미련했고, 조금은 허황됐고, 조금은 위험했었을 나였음을. 이제야 자식을 통해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가는, 실은 아직도 헷갈리며 자식과 함께 자라고 있는 부족한 아비임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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